유족이 알아두면 좋은 ‘디지털 계정 상속’ 절차
사망 이후 ‘디지털 계정’은 어떻게 처리되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지금, 한 사람이 남기는 유산은 단순히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이메일, 클라우드, SNS, 유튜브, 웹하드, 쇼핑몰, 금융앱 등 디지털 플랫폼에 남겨진 계정도 모두 ‘디지털 자산’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러한 계정은 전통적인 유산과 달리 유족이 바로 상속받거나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각각의 플랫폼이 제공하는 절차에 따라 접근을 요청해야 하며, 대부분은 법적인 서류를 갖춘 후 요청을 해야 비로소 접근 권한을 얻을 수 있다.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은 사망자 계정에 접근하기 위한 절차를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고인의 사망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 등)를 제출한 후 일정 기간 심사를 거쳐 계정 접근 또는 데이터 다운로드 권한을 부여한다. 애플의 경우, 사전에 '유산 연락처'로 등록되지 않았다면, 유족은 법원 명령서와 사망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사망 후 3개월 이상이 지나면 일부 계정은 자동 삭제되거나 수익이 정지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족은 사망 직후 빠르게 디지털 계정 정리를 위한 대응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고인의 핸드폰이나 메모, 이메일함, 웹 브라우저 저장 정보 등을 통해 어떤 계정이 있었는지 추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플랫폼별 ‘디지털 계정 상속’ 신청 절차 요약
플랫폼별로 디지털 계정 상속을 위한 정책은 다소 상이하지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신분 증명 서류’와 ‘사망 증빙 문서’다. 아래는 대표적인 플랫폼들의 절차를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구글(Google):
구글은 ‘사망한 사용자의 계정 문제 해결’이라는 별도 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고인의 Gmail 주소, 사망진단서, 유족 신분증, 고인과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족관계증명서 등)를 제출해야 하며, 검토 후 일정한 데이터(사진, 이메일 등)를 다운로드하거나 계정 폐쇄를 신청할 수 있다. 단, 계정 로그인 정보 없이 애드센스 수익 이체는 불가능하며, 법정 상속인이 법원의 명령서를 통해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애플(Apple):
애플은 생전에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로 등록한 사람만이 고인의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두었다. 사망한 후에는 유산 연락처가 받은 접근 키와 사망진단서를 함께 제출하면 계정에 로그인할 수 있다. 하지만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 법원의 명령서를 통해 접근 권한을 받아야 하며, 이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iCloud에 저장된 사진, 메모, 메시지, 캘린더 등의 데이터도 유산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생전 등록이 강력히 권장된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국내 플랫폼은 외국 기업보다는 비교적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여전히 사망 증명 서류와 유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가 필요하다. 네이버의 경우 고객센터에 ‘사망 계정 관련 요청’으로 접수하면 담당 부서가 별도 안내를 준다. 단, 개인정보 보호법상 고인의 계정을 유족이 마음대로 열람할 수는 없으며, 콘텐츠 삭제나 계정 해지 수준까지만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와 애드센스의 경우, 고인의 수익 계정을 정리하거나 수익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구글 측에 별도의 ‘수익 이전’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공증 번역된 문서가 필요할 수 있으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유족이 준비해야 할 문서와 보안 고려 사항
디지털 계정을 상속받거나 정리하기 위해 유족이 준비해야 할 서류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정확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요청이 반려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외국 플랫폼의 경우, 모든 서류는 영문 번역 공증까지 완료되어야 하며, 번역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문서는 다음과 같다:
사망진단서 또는 제적등본
고인의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 사본
신청인의 신분증
고인과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필요 시) 법원의 상속인 증명서류 또는 위임장
이외에도 플랫폼이 요구하는 추가 서류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해외 기업은 ‘Notarized Translation’ 또는 ‘Apostille’(공증 인증)이 요구되기 때문에, 신청 전 해당 기업의 요구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주의할 점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보안 이슈다. 고인의 데이터를 열람하거나 옮기는 과정에서, 유족이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유언장이나 메모, 계정 정보 노트 등이 있다면 이 작업은 훨씬 수월해진다.
최근에는 디지털 자산 정리를 지원하는 스타트업들도 등장하고 있으며, AI 기반 데이터 스캔 도구를 통해 계정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유료이고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필요하므로, 사용 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정리
디지털 계정은 단순한 로그인 정보 그 이상이다. 고인의 사진, 영상, 메시지, 수익, 업무 파일 등이 모두 그 안에 담겨 있고, 이는 유족에게 있어 소중한 기억과 자산이 된다. 그렇기에 ‘디지털 계정 상속’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절차가 아니라, 누구나 준비해야 하는 필수 과정이 되었다.
유족은 사망 직후 당황하지 않고, 위와 같은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플랫폼에 따라 정해진 방식으로 계정을 정리해야 한다. 또한, 고인이 생전에 남긴 정보나 설정이 있다면 그것이 유족에게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지원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유족이 알아두어야 할 절차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