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 vs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 어떤 게 더 나을까?
사망 이후를 대비하는 두 개의 철학: 구글과 애플의 상속 설계
구글과 애플은 모두 사용자의 사망이나 장기 미접속을 대비해 계정 데이터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구글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를, 애플은 ‘디지털 유산 연락처(Digital Legacy Contact)’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두 기능 모두 “사망 후 유족이 계정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철학과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여준다.
구글은 기능 이름부터 알 수 있듯이, 사망을 명시적으로 전제로 하지 않는다.
단순히 일정 기간(3개월~18개월) 동안 사용자가 로그인하지 않았을 경우를 ‘비활성 상태’로 간주하고,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데이터를 전달하거나 계정을 삭제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즉, 사망뿐 아니라 의식 불명, 장기 입원, 구속 등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다.
반면 애플은 ‘디지털 유산 연락처’라는 이름 그대로, 사망 이후의 계정 처리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이 기능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 효력이 없고, 사망진단서 또는 사망 증명서가 제출된 후에야 유족이 계정 접근 권한을 요청할 수 있다.
즉, 애플은 디지털 유산을 보다 법적·유언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설정 방식과 사용 편의성: 누가 더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을까
두 기능 모두 사용자 스스로가 설정을 해야만 발동된다.
그렇기 때문에 설정 과정이 얼마나 쉽고 직관적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가 사전 설정 없이 사망하는 경우,
가족은 계정 접근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는 구글 계정 > 데이터 및 개인정보 보호 > 비활성 계정 관리자 경로에서 진입할 수 있다.
기본 설정에는 약 5단계가 필요하며,
① 대기 시간 설정 (예: 12개월 미접속 시),
② 연락받을 사람 최대 10명 지정,
③ 전달할 데이터 범위 선택,
④ 계정 삭제 여부,
⑤ 확인용 연락처 등록까지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직관적이지만, 선택 항목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다소 복잡할 수 있다.
반면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는 iPhone 설정 앱 → Apple ID → 암호 및 보안 → 유산 연락처에서 손쉽게 추가할 수 있다.
연락처 목록에서 사람을 선택하고, 자동 생성된 ‘액세스 키’를 메시지로 전달하면 끝이다.
설정 자체는 매우 간단하지만, iCloud 연동이 필요하고 iMessage가 연결된 상대방만 지정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즉, 애플은 설정은 간편하지만 사용자 생태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작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데이터 접근 범위와 권한의 차이
구글과 애플 모두, 지정된 유산 수신자(가족 또는 신뢰인)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범위는 플랫폼에 따라 다르다.
이 범위는 상속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유산의 실질적 크기를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는 다음과 같은 데이터를 유족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Gmail, 구글 드라이브, 캘린더, 연락처, 유튜브 동영상 및 수익 내역
구글 포토(사진), 구글 킵, 위치 기록, 구글 핏 건강 데이터 등
사용자가 사전에 어떤 항목을 공유할지 설정해야 하며, 지정된 사람은 이 중 일부 또는 전체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반면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는 다음 항목에 접근이 가능하다:
iCloud에 저장된 사진, 메모, 메일, 문서, 건강 정보, 메시지, 캘린더
하지만 다음 항목은 절대 접근할 수 없다.:
iCloud 키체인(비밀번호 저장소), 앱 구매 이력, 구독 콘텐츠, 지문·페이스 ID
또한 Apple Music, Apple TV 구입 콘텐츠는 상속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구글은 정보 자산 중심, 애플은 기억 중심(사진, 메모) 접근이 가능하며,
보안 정책상 애플은 더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사망 이후 가족이 실제로 접근하는 절차
사망 이후 가족이 실제로 계정에 접근하는 데까지의 시간과 절차, 조건은
두 서비스 모두 다르며, 이 부분에서 유족의 체감 난이도가 크게 갈린다.
구글의 경우, 사용자가 설정한 대기 기간(예: 12개월) 동안 계정에 로그인 이력이 없고,
미리 등록한 연락처 정보로 “비활성화 알림”이 전송되면, 지정된 사람은
구글로부터 다운로드 링크를 받아 이메일을 통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사망진단서가 필수는 아니며, 로그인 미이행과 신원확인만으로 자동 진행된다.
애플은 다르다. 유산 연락처로 지정된 사람이 사망 후 Apple Digital Legacy 사이트에 접속해
① 액세스 키와
② 사망진단서 또는 사망증명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후 3~5일의 심사 기간을 거쳐, Apple 서버에서 승인된 경우에만 계정 데이터 접근이 허용된다.
이 절차는 매우 보안 위주로 설계되어 있으며,
고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하기 때문에 지정된 사람이 아니면 절대 접근이 불가능하다.
어떤 기능이 더 나은가? 상황별 추천 가이드
두 기능은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어떤 기능이 더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사용자의 디지털 자산 구조, 가족과의 관계, 사망 후 유산 처리에 대한 철학에 따라
더 적합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추천된다:
장기 미접속 가능성이 있는 경우 (사망 외에도)
다양한 정보 자산(Gmail, 유튜브, 구글 드라이브 등)을 남긴 경우
미리 정해둔 시간 이후 자동으로 계정이 종료되길 원하는 사용자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는 이런 경우에 적합하다:
사망 후 가족이 고인의 사진, 건강 정보, 메모 등을 정리하길 원하는 경우
Apple 기기를 주로 사용하며, 가족도 Apple 사용자일 경우
법적 상속에 가까운 방식으로 ‘계정 유산’을 다루고 싶은 경우
결국 이 두 기능은 모두 디지털 유산을 정리하는 현실적인 도구이며,
생전에 어떤 정보와 추억을 남기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능들을 사망 이후가 아닌 생전에 반드시 설정해야만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정리
구글은 장기 미사용자 대응 구조, 애플은 사망 후 상속 전제로 설계
구글은 설정이 세밀하고 범위가 넓으며 자동 발동, 애플은 엄격하고 보안 위주
사용 목적과 가족 구성원의 기술 숙련도에 따라 선택 달라져야 함
두 기능 모두 생전에 설정하지 않으면 사망 후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미리 준비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