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디지털 유산이란? 죽은 뒤에도 남는 내 온라인 흔적들

vivip52 2025. 4. 6. 18:07

 

디지털 유산의 정의와 개념 이해


과거에는 사망 후 남는 유산이라 하면 부동산, 예금, 자동차, 보험 등과 같은 물리적 자산만을 떠올렸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며 사람들의 삶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제는 누구나 이메일 하나쯤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으며, SNS 계정과 사진이 저장된 클라우드, 심지어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자산까지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온라인상의 정보와 자산이 바로 ‘디지털 유산’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게 느낀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의 개념과 범위, 그리고 왜 미리 정리해 둘 필요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디지털 유산은 개인이 생전에 인터넷이나 디지털 기기를 통해 생성하거나 저장한 모든 정보와 자산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메일, SNS, 블로그, 클라우드 저장소에 남긴 사진과 영상, 웹하드, 유튜브 채널, 도메인, 온라인 쇼핑몰 계정, 디지털 지갑(가상화폐 포함) 등 디지털 환경에 남아 있는 흔적 전체가 여기에 포함된다.

단순히 보관된 정보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유산은 고인이 생전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반영하는 디지털 흔적이자 정체성의 일부분이다. 예를 들어 수천 장의 가족 사진이 저장된 구글 포토, 개인적으로 작성한 블로그 일기, 혹은 열정적으로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고인의 가치관, 인간관계, 관심사와 감정을 담은 디지털 자화상이다.

디지털 유산은 그 성격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서적 자산: 고인의 사진, 영상, SNS 기록, 이메일, 블로그 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기억과 감정의 유산이 된다.

경제적 자산: 비트코인, 이더리움, NFT, 유튜브 광고 수익, 도메인, 온라인 콘텐츠 저작권 등이 이에 포함된다. 실제 수익이 발생하거나 거래가 가능한 디지털 자산이다.

법적 자산: 고인의 디지털 계정과 콘텐츠는 접근·관리 여부에 따라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소셜 미디어 계정이나 클라우드 저장소의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가족 간 분쟁이나 플랫폼과의 법적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디지털 자산이 얼마나 많은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망 이후에도 디지털 계정은 인터넷상에 그대로 남는다. 그 결과, 타인이 그 정보를 악용하거나,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유가족이 고인의 계정에 접근하려면 사망 증명서, 신분증, 가족 관계 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기업의 본사가 있는 해외 법률을 따라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은 유가족에게 심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도 하며,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콘텐츠 자산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고인의 명의로 된 광고 계정이나 가상화폐 지갑을 아무도 몰랐다면, 상속되지 못하고 그대로 유실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구글은 사용자 사망 후를 대비해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제공하며, 애플은 ‘유산 연락처’를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면 사망 이후에도 유가족이나 지정된 사람이 데이터를 확인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사용자가 생전에 직접 설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후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은 단순한 ‘정리 대상’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해야 할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엑셀이나 구글 문서에 로그인 정보, 암호화폐 지갑 주소, 클라우드 저장 위치 등을 정리해 두고, 디지털 유언장으로 남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향후에는 디지털 자산 상속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제도도 필수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유산이란? 죽은 뒤에도 남는 내 온라인 흔적들


디지털 유산의 예시와 종류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온라인 서비스는 사망 이후 디지털 유산이 될 수 있다. 가장 흔한 예시는 이메일 계정이다. 이메일에는 개인 정보는 물론, 은행 관련 자료나 계약서 등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을 수 있다. 또한 구글 드라이브나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영상, 문서들도 고인이 살아 있던 시간의 기록을 담고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유튜브 채널이나 블로그에 업로드한 콘텐츠는 고인의 지적 재산으로서 일부는 사망 후에도 수익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SNS 계정도 주요한 디지털 유산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사망자의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트위터(현 X), 틱톡 등도 사망자의 계정을 폐쇄하거나 기록으로 남기는 옵션을 고려 중이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 지갑,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처럼 간편결제 시스템에 남은 잔고까지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상속 대상이 되고 있다. 디지털 유산은 ‘인터넷상의 흔적’ 이상으로, 실제적인 금전적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법적·윤리적 이슈


디지털 유산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법적·윤리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사망자의 이메일을 열람하거나 SNS 계정을 삭제하려면 법적 권한이 필요하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민법은 디지털 자산에 대해 명확한 상속 기준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상속인이라고 해도 고인의 구글 계정, 네이버 아이디, 애플 계정에 법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이러한 법률의 공백은 유족들에게 큰 심리적 스트레스와 행정적 부담을 안겨준다. 고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공개하고 열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윤리적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고인이 삭제하지 않은 메시지나 사진을 유족이 열람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별도의 상속 법률을 제정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국가는 아직 관련 법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진행 중이며, 디지털 상속에 대한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생전에 스스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여겨진다.

 


디지털 유산 정리, 이제는 미리 준비해야 할 시대


디지털 유산은 사망 이후 갑자기 떠오르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을 때부터 준비해야 하는 개인 자산의 일종이다. 많은 플랫폼이 사용자의 사망을 대비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는 극히 드물다. 예를 들어, 구글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통해 일정 기간 로그인하지 않을 경우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데이터나 계정을 넘기거나 자동 삭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애플은 iOS에서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 기능을 제공해, 사망 시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이 아이클라우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생전에 디지털 자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면, 남은 가족이 겪게 될 법적 절차와 감정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디지털 유언장’이라는 개념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자신의 온라인 계정 리스트, 로그인 정보, 계정 해지 방법 등을 정리해 하나의 문서로 남기는 방식이다. 스프레드시트, 메모 앱, 보안 메모 기능 등을 활용해 작성할 수 있으며, 해당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생전에 전달해두는 것이 좋다. 이처럼 디지털 유산은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디지털 흔적을 자산으로 인식하고, 살아 있는 동안 정리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