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및 신분증 관련 정보
디지털 초상화를 제작할 때 절대 포함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 항목 중 하나는 주민등록번호와 신분증 정보다.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인의 정체성을 재현하지만, 이러한 데이터 중에 실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고유 정보가 포함될 경우, 사이버 도용이나 사기 행위로 악용될 수 있다.
특히 신분증 스캔 이미지, 주민번호 앞·뒤 번호, 여권 번호 등이 함께 저장되어 있다면, AI가 이를 학습하고 노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록 디지털 초상화의 목적이 추모와 기억 보존일지라도, 이러한 민감 정보가 포함되면 고인의 사후 권리뿐 아니라 남겨진 가족의 보안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초상화나 관련 추모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모든 문서, 메모, 영상, 음성에는 신원 식별 정보가 철저히 걸러져야 하며, 생전 본인이 작성한 유언장에도 “실명과 주민번호 노출은 금지”라는 명확한 지침을 남겨야 한다.
타인의 정보나 대화 내용
AI 기반 초상화에 흔히 포함되는 정보 중 하나가 고인의 메시지 기록이나 이메일, 음성 녹음이다. 문제는 이 데이터 안에 고인 외 타인의 정보와 감정이 함께 담겨 있다는 점이다.
고인이 생전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문자메시지, 메일에는 수신자와의 사적인 대화, 민감한 의견, 갈등 상황 등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이 내용이 AI 초상화로 재현되면서 유족 또는 제3자가 의도치 않게 과거의 갈등을 재경험하게 되거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인의 대화 내용이 AI 인터페이스를 통해 재생되거나 재조합될 경우, 고인과는 무관한 사람이 문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생전 디지털 유언장에는 타인과의 대화나 관계 기록을 포함시킬 경우, 반드시 상대방의 사전 동의 여부를 판단해 배제 또는 수정해야 한다.
금융 및 암호화폐 관련 접근 정보
디지털 초상화에 절대로 포함되면 안 되는 항목 중 또 하나는 계좌 정보, 암호화폐 지갑 주소, 개인 키 등의 금융 접근 정보다.
이러한 정보는 실제로 고인이 생전에 소유한 자산과 직접 연결되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AI 학습 자료로 사용되었을 경우 디지털 자산 도난의 위험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고인이 작성한 “내 코인 지갑은 0x1d3…로 시작하며, 비밀번호는 딸의 생일”이라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AI는 이를 텍스트화하여 재현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가족 외 제3자가 불법 접근을 시도할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일부 유족은 디지털 초상화에 포함된 금융 관련 정보로 인해 피싱 피해를 경험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지갑 키, 거래소 계정, 2단계 인증 정보 등은 디지털 유언장이나 암호화 파일로 별도 보관하고, 절대로 AI 인터페이스나 메모리 재현 시스템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보안 위협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고인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통제권이 타인에게 넘어가는 순간, 그것은 재산 침해를 넘어 인격 침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고인이 생전 의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암호화폐가 매도되거나, 그 수익이 엉뚱한 경로로 유출된다면 이는 고인의 자산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또한, AI는 학습된 텍스트를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재조합하고 가공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 정보는 일부만 포함했으니 괜찮다”는 인식도 매우 위험하다. 지갑 주소의 앞부분과 키워드만 노출되더라도, AI를 통해 자동화된 크롤링이나 사기 알고리즘이 이를 조합해 보안 취약점을 파악하는 시대다.
더불어, 이러한 민감한 정보가 유족 간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특정 자녀만 금융 정보를 알고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자산을 이전하거나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가족 간 신뢰 붕괴와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금융 및 암호화폐 관련 정보는 디지털 초상화 제작 과정에서 반드시 제외되어야 하며, 생전 고인 역시 이런 정보는 ‘별도 보안 문서’나 암호화된 USB, 클라우드 보관소에 저장하고 접근 권한을 사전에 유언장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특히, 생체인증이나 2단계 인증 설정이 포함된 계정의 경우, 이중 보안 계층을 감안해 열람자 가이드를 별도로 문서화하는 것도 추천된다.
질병 기록 및 의료 정보
디지털 초상화가 감정적 위로를 주는 도구라는 점에서, 고인의 건강 기록이나 병상에서의 발언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 관련 정보는 사후에도 사생활 보호가 강력하게 요구되는 분야다.
예를 들어, 고인이 암 투병 중에 남긴 영상이나, 정신과 상담 내용, 약물 치료 이력 등이 그대로 디지털 초상화에 포함된다면, 유족이나 타인에게 불필요한 심리적 충격과 질병 낙인 효과를 줄 수 있다.
더불어 해당 정보가 공공 플랫폼에 노출될 경우, 고인의 명예는 물론이고 가족 내 유전 질환 우려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정보는 반드시 유언장 내 ‘비공개 항목’으로 구분해 암호화 저장하며, AI 데이터에는 반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감한 정치·종교 발언 기록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항목은 고인이 생전에 남긴 강한 정치적 성향이나 종교적 주장이다. 이는 고인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중요한 정보이지만, AI가 이를 편향된 형태로 재현하거나, 맥락 없이 노출할 경우 심각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인이 남긴 정치적 비판 메시지를 AI가 그대로 구술할 경우, 유족 중 정치 성향이 다른 가족과의 갈등이 발생하거나, 온라인상에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한, 특정 종교 신념을 기반으로 한 유언이 AI 음성으로 재생되었을 때, 의도와는 전혀 다른 종교적 메시지로 왜곡될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고인의 정치적·종교적 신념이 추모 콘텐츠로 전환될 때는 의미 전달이 아니라 정체성 참고 자료로만 비공개 처리하거나, 가족 내 합의된 형태로 간소화해 구성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하다.
디지털 초상화는 ‘기억’이지 ‘기록’이 아니다
디지털 초상화는 고인의 삶을 재현하는 도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삶의 단면을 다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감정과 위로를 위한 디지털 인격 설계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못지않게 ‘무엇을 남기지 않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개인정보, 타인의 정보, 금융 접근 데이터, 의료 기록, 정치·종교 발언 등은 생전 동의와 유족의 합의 없이 절대로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정보다.
기억은 사람의 존재를 이어주는 정서적 자산이다. 기술은 그것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어야지, 불필요한 상처나 분쟁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 디지털 초상화가 진정한 추모가 되기 위해서는 기억의 윤리와 정보의 절제라는 두 가지 균형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먼저 정리하는 습관이, 훗날 고인과 유족 모두에게 평온한 디지털 이별을 준비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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