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지털 유산

AI 초상화, 종교적·문화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까

 AI 초상화란 무엇인가: 기술이 만든 디지털 재현의 윤곽

AI 초상화란 단순한 얼굴 이미지가 아니다. 이 개념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으며, 단지 고인의 외모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목소리, 말투, 감정 반응, 표정까지 데이터로 학습하고 디지털 환경 안에서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구현하는 복합적인 기술의 산물이다. 이를 위해 생전의 사진, 음성, 문자, 행동 기록 등이 활용되며, 최근에는 GPT 기반의 언어 모델이나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같은 딥러닝 기술이 주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술이 단순히 고인을 기억하는 도구를 넘어서 ‘존재를 재창조’하는 도구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AI 초상화는 고인을 기억하는 형식이 아니라, 마치 다시 살아 있는 듯한 감각을 제공한다. 이 지점에서부터 철학적, 윤리적, 종교적 갈등이 시작된다. 어떤 이에게는 그 기술이 위로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인간 정체성의 침해이자 '신의 권한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종교적 관점에서의 허용 가능성: 창조의 경계인가, 기억의 수단인가


AI 초상화를 둘러싼 종교적 견해는 전통적 교리와 기술 진보 간의 충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이다. 가톨릭, 이슬람, 불교, 개신교 등 각 종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AI로 재현된 인물의 ‘존재 가치’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에서는 인간 형상의 모사 자체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알라 외에 다른 존재가 인간을 창조하는 것을 금지하며, 특히 사망한 자를 다시 시각적으로 묘사하거나 구현하는 것은 신의 창조 권한을 침범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에서는 고인의 영혼은 신에게 귀속된다는 교리가 있다. 따라서 AI 기술로 고인의 언어, 표정, 감정을 복원한다면 이는 '영혼 없는 모조품'일 뿐이며, 그 모조품을 상대로 감정을 교환하거나 의사소통하는 행위는 일종의 우상 숭배 또는 영적 기만 행위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

반면, 불교나 일부 동아시아 전통 사상에서는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흐름으로 보기 때문에, 고인의 ‘기억’을 복원하는 기술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단, 고인의 인격이 왜곡되거나, 후손의 집착을 부추기는 도구로 사용된다면 ‘해탈’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부정적 견해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AI 초상화, 종교적·문화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까

문화적 충돌과 지역별 수용 태도

종교와는 별개로, 문화적 배경 또한 AI 초상화의 수용 여부를 크게 좌우한다. 서구권에서는 개인의 사적 기억과 인격을 데이터로 보존하는 데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경향이 있다. 특히 미국, 캐나다,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디지털 사후 관리'나 'AI 상속 서비스'가 실제 상용화되고 있으며, 고인의 정체성을 유산의 일부로 간주하는 관점이 확산 중이다.

반면 동아시아권, 특히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조상숭배’나 ‘영혼의 안식’ 같은 전통적인 사후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 결과, AI 기술이 고인의 기억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영혼을 붙잡는 행위’, 즉 사후 안식을 방해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또한 AI 초상화가 특정 인물의 감정 표현이나 사고방식을 왜곡하거나, 실재하지 않은 말을 하게 만들 경우 유족 간 갈등, 정체성 훼손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또한 각 문화권마다 ‘기억의 방식’이 다르다. 어떤 지역은 사진, 음성, 기록으로 기억을 보존하는 데 익숙한 반면, 어떤 사회는 무형적이고 추상적인 추모를 선호한다. 후자의 경우 AI 초상화는 기억의 방식 자체를 기술 중심으로 강제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문화적 수용성은 단지 기술의 기능이 아닌, 기억에 대한 집단적 철학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기술과 감정 사이의 긴장: 허용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궁극적으로 AI 초상화의 종교적·문화적 허용 여부는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태도와 설정에 달려 있다. 누군가에게 AI 초상화는 단순한 디지털 도구일 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신성한 감정과 연결된 ‘기억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만큼 AI로 고인을 재현할 때는 감정적 조율과 사용자 윤리가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이 기억을 통제하는가'이다. 고인의 데이터가 회사 서버에 저장되어 있고, 가족의 동의 없이 콘텐츠가 공개되거나 활용된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 정보 침해를 넘어선 기억의 소유권 침해다. 따라서 종교적 허용 여부보다 앞서, AI 초상화 생성과 열람에는 반드시 ‘생전 동의’ 또는 ‘유족 동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감정 AI와 결합된 초상화는, 자칫하면 고인의 성격이 왜곡되거나, 특정 감정만 반복 노출되는 등의 정서적 피로감을 유족에게 줄 수 있다. 종교적으로도, 이처럼 왜곡된 기억이 반복 재생된다면 그것은 ‘인격의 모독’으로 간주될 수 있다. AI가 모사할 수 없는 것은 ‘죽음의 신성함’이며, 그 신성함은 각 문화와 종교가 오랫동안 지켜온 기억의 의례 안에 존재한다.


초상화의 윤리와 기억의 미래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AI는 이제 고인의 얼굴뿐 아니라 목소리, 감정, 가치관까지 복원할 수 있는 시대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 기술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종교적으로는 신의 권한에 대한 도전, 문화적으로는 기억 방식에 대한 간섭, 감정적으로는 치유와 왜곡의 경계라는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초상화를 사용하려는 개인이나 기업은, 단순히 기술 구현 가능성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전 동의서, 열람 조건 설정, 문화적 고려 등을 반드시 포함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이 작업은 법적 강제 이전에 ‘기억을 다루는 사람의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먼저 논의되어야 하며, 추모라는 행위가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의 절차로 돌아가는 것이 AI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