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상속세의 등장, 현실화되는 자산 과세의 확장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자산’이라는 개념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자산의 분류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토지, 건물, 예금, 주식처럼 물리적이고 명확한 평가 기준이 있는 자산만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암호화폐, 유튜브 광고 수익, 게임 아이템,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등 물리적 형태가 없는 자산도 엄연히 ‘경제적 가치’를 지니며, 실제 거래되고 축적된다.
국세청은 이미 2021년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에 대해 상속세 과세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암호화폐도 자산으로 간주되며, 사망 당시의 시세를 기준으로 평가된 금액만큼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자산이 더 이상 과세 대상의 사각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더 복잡한 디지털 자산, 즉 NFT(Non-Fungible Token)와 같은 고유 식별 기반 자산에 대한 세무 해석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NFT는 특정한 디지털 파일(예: 이미지, 영상, 음악, 3D 모델 등)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 상에서 증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NFT의 가치는 수백만 원부터 수십억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고, 어떻게 과세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NFT의 법적 정체성, ‘자산인가 이미지인가?’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자산이다. 특정 디지털 파일에 대한 토큰 형태의 소유권 증명을 제공하며, 이 토큰은 타인에게 이전할 수 있다. 즉,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달리 대체가 불가능하고, 그 자체로 희소성과 거래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이 NFT가 과연 '자산'인지 아니면 '콘텐츠 권한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해석은 국가마다 다르며, 한국에서는 특히 더 모호하다.
현행 민법이나 상속법상 NFT에 대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NFT가 어떤 법적 자격을 가지며, 상속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가 있고, 평가 가능하며, 상속 개시 시점에 실질적 권리로 입증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NFT의 대부분이 실제 콘텐츠의 소유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정판 디지털 아트 NFT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예술의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있고, 소유자는 단지 ‘토큰 소유권’만 가지게 된다.
또한, NFT 마켓플레이스에 따라 계정 자체에 귀속되는 경우도 많아, 소유자 계정이 사망하면 해당 NFT에 접근할 방법 자체가 차단되는 사례도 있다. 이는 법적 자산으로서의 상속 이전에, 기술적 접근권한이 차단된다는 구조적 한계를 의미한다.
즉, NFT는 자산이면서도 기술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완전한 상속이 어려운 자산’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의 입장은? ‘답변 없음’이 곧 사각지대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NFT에 대한 국세청의 공식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암호화폐는 2021년부터 상속세 및 증여세 해석에 포함되었지만, NFT는 과세 대상이라는 명확한 문구조차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 홈페이지나 민원 질의에서조차 NFT 상속에 대한 답변은 대부분 “현재 과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는 “향후 검토 예정”이라는 형식적인 응답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공백은 실제 상속을 진행해야 하는 유족 입장에서는 큰 혼란으로 이어진다. 만약 사망자의 지갑에 고가의 NFT가 존재한다면, 이를 과세 대상에서 빠뜨릴 경우 향후 세무조사 시 고의 누락으로 간주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반대로, 상속 재산 목록에 포함한다 해도 어떤 기준으로 NFT의 가치를 평가할지, 실제 시장가를 반영해야 할지, 최근 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불분명하다.
실제로 일부 세무사무소에서는 NFT를 상속재산에 포함시키되, ‘기타 금융자산’ 또는 ‘기타재산’으로 분류해 참고가격을 임의 기입하는 방식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적으로 보장되는 방식이 아니며, 향후 법 개정이나 세무해석 변경 시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지금 이 순간에도 NFT는 상속세의 법적 해석에서 ‘유령 자산’처럼 떠돌고 있으며, 이는 단지 행정적인 누락이 아니라 앞으로 매우 큰 세무 리스크로 발전할 수 있는 폭탄이다.
NFT 평가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NFT의 상속세 과세 여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가치 평가 방식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공시지가나 평균 거래가가 존재하지 않는 NFT는, 시가 산정 자체가 불투명하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특정 NFT가 한 달 전에는 5이더(ETH)에 거래되었지만, 최근 거래가 없어 가격이 하락했다면, 국세청은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과세할까? 더불어, 개인 간 거래가 많고, 경매 방식으로 가격이 급등락하는 NFT 시장 특성상, 실제 가치보다 과세가 과도하거나, 반대로 누락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 일부 세무전문가들은 NFT 상속 시 다음과 같은 기준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6개월 내 동일 작품 또는 시리즈의 거래가
NFT 마켓플레이스 내 최종 거래 시점 기준
이더리움 가격 변동을 반영한 환산 금액
유족 측의 ‘실제 판매 금액’ 기준으로 추정 가치 산정
그러나 이 방법들조차 법적으로 보장된 산정 기준은 아니며, 단지 임시방편일 뿐이다. 실제 세무조사에서 이 부분이 쟁점화될 경우, 유족은 평가 방식에 대해 소명 책임을 져야 하며, 가산세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NFT를 보유한 사용자라면, 생전부터 NFT 자산을 정리하거나, 유언장 혹은 디지털 자산 목록에 NFT 평가 방식에 대한 본인의 의사 표현을 미리 남겨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비책이 된다.
제도 공백을 메우는 ‘디지털 유언장’의 중요성
NFT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이 상속세 체계에서 공식적으로 편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사망은 예고 없이 찾아오며, 법보다 먼저 움직여야 할 것은 바로 ‘가족을 위한 사전 정리’다.
지금 NFT를 보유하고 있다면, 디지털 유언장을 통해 최소한의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NFT의 종류, 보관 지갑 주소, 플랫폼명, 최근 거래 내역, 복구 키 저장 위치, 본인의 평가 기준과 처분 방식 등을 명시해두고, 이 문서를 암호화한 후 클라우드나 USB 등에 저장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경로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유족 측에서는 NFT의 존재를 인식하고, 사망자가 남긴 이메일, 클라우드, 메신저를 통해 지갑 접근 정보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법과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스스로가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다.
정리
NFT는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음에도, 상속세법에 명확히 포함되어 있지 않음
국세청은 과세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어 제도적 공백이 심각함
상속세 평가 기준이 없으므로 세무 리스크가 크며, 유족 소명 책임이 큼
지금은 디지털 유언장으로 NFT를 정리하고, 평가 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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