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암호화폐 사망 시 자동 상속? 스마트컨트랙트로 구현하는 유산 전달 시스템

vivip52 2025. 4. 12. 21:14

암호화폐 상속, 왜 자동화가 필요한가?

암호화폐는 특성상 고도의 보안성과 완전한 개인 소유권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금융의 자유와 자산 통제 측면에서는 매우 이상적인 구조지만, 사망이라는 자연적 변수 앞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암호화폐의 소유자는 개인 키를 분실하거나 사망하게 되면, 자산 자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게 되며, 이는 곧 수백만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자산이 영구적으로 봉인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전통 금융에서는 사망 시 은행 계좌를 동결하고 상속인을 통해 분할 절차를 밟는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 자산에서는 중앙기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 절차로도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 지갑에 보관된 자산, 멀티시그 지갑, 하드웨어 지갑 등은 그 존재를 가족이 인지하지 못하거나 키를 복구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 상속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배경에서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사망 이후 자동으로 상속이 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단순히 키를 공유하거나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넘어, 사망이나 장기 미접속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자산을 자동으로 특정 주소로 전송하도록 설계하는 기술, 즉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한 자동 상속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컨트랙트로 만드는 ‘자동 상속 시스템’의 원리

 

스마트컨트랙트(Smart Contract)는 블록체인상에 작성되는 자동화된 프로그램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미리 정해진 명령을 실행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암호화폐 상속 시스템에서도 이 기능을 활용하면, 매우 정교하고 안전한 자동 상속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스마트컨트랙트에 본인의 지갑 주소와 상속 대상자 주소를 등록한 뒤, “지갑에서 365일 동안 아무런 트랜잭션이 발생하지 않으면, 지정한 상속자 주소로 자산을 전송한다”는 조건을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망자 본인이 스마트컨트랙트를 해제하지 않는 한, 사망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자산이 이전된다.

이 구조는 ‘이더리움’ 같은 스마트컨트랙트가 활성화된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구현이 가능하며, DeFi 프로토콜이나 DAO 거버넌스에서도 일부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특히 Vitalik Buterin(이더리움 창시자) 또한 사망 이후 자산 이전을 자동화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제안한 바 있으며, 일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죽음 감지 스마트컨트랙트(Death Detection Smart Contract)’라는 개념이 실제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제3자의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상속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투명성과 보안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이상적인 구조로 평가된다. 다만, 기술적으로 완벽하더라도 사망을 어떻게 ‘감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암호화폐 사망 시 자동 상속? 스마트컨트랙트로 구현하는 유산 전달 시스템


사망 감지 기술과 현실적 제약

 


스마트컨트랙트가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사망이라는 생물학적 사건을 블록체인 기술이 정확히 인식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제시된 방식이 바로 ‘비활성 조건’이다. 사용자의 지갑에서 일정 기간 이상 아무런 활동이 없을 경우, 해당 지갑이 사망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간주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지갑에서 365일 동안 출금이나 승인 트랜잭션이 없을 경우 자동 전송이 실행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오류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장기 입원, 휴면 사용, 실수로 인한 방치 등 실제 사망이 아닌 상황에서도 자산이 이전될 수 있다. 이는 상속 대상자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겠지만, 자산 소유자가 생존해 있다면 심각한 자산 손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 장치로는 ‘리셋 트랜잭션’이 있다. 사용자가 1년에 한 번만 간단한 서명을 하거나, 컨트랙트에 접속해 클릭 한 번으로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 기능은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와 유사하며, 유언장을 기반으로 상속이 진행되기 전 마지막 기회를 제공한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오라클(Oracle) 을 이용해 사망 정보를 외부에서 가져오는 방식도 있다. 예를 들어 국가 사망자 등록 시스템과 연동되어, 공식 사망이 인증되면 스마트컨트랙트가 작동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프라이버시 문제, 시스템 연동 기술 한계, 국가별 법 제도의 미비 등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상속 시스템의 도입 가능성과 전망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한 암호화폐 상속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몇몇 프로젝트가 ‘디지털 유언장 플랫폼’, ‘자동 상속 DAO(탈중앙화 상속 조직)’ 등의 이름으로 테스트넷을 운영 중이며, NFT, 토큰,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자산의 조건부 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일반 사용자들이 스마트컨트랙트를 직접 작성하거나 관리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법적 효력의 부재다. 현행 민법과 상속법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상속을 정식 유언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자산 이전 역시 유류분, 상속세 납부 등 복잡한 절차와 충돌할 수 있다.

결국 이 시스템이 널리 도입되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일반 사용자가 쉽게 스마트컨트랙트를 설정할 수 있는 플랫폼화.
둘째, 법적 유언장과 연동 가능한 형태로 제도화.
셋째, 국가 기관 또는 공신력 있는 기관과 연동된 사망 인증 기술.

이러한 요소들이 충족된다면, 스마트컨트랙트는 단순한 ‘코드’ 그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동 상속은 더 이상 기술적 상상이 아니라, 실제 가족과 자산을 보호하는 현실적 선택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는, 지금 우리가 얼마나 디지털 자산을 ‘사람 중심’으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리

암호화폐는 사망 시 접근 불가 구조로 인해 상속에 큰 어려움이 존재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하면 사망 후 자동 자산 이전이 가능

사망 감지를 위한 조건 설정은 현재 ‘장기 미접속 방식’이 주류

기술은 충분하지만, 법제도·프라이버시·일반 접근성에서 과제가 많음

미래 상속 시스템은 ‘디지털 유언장 + 스마트컨트랙트’ 결합이 핵심